경주, 키즈풀빌라 딜라잇
2019.04.13.SAT
남편들은 빼놓고, 우리끼리 애들만 데리고 놀러 가자고 친구와 계획 잡은 지 근 반년만에(아이가 아프거나 집안 행사가 있으면 번번이 밀려버리는 여행 계획) 풀빌라를 예약하고 여자 둘이서 아이 둘을 데리고 경주로 출발했다. 운전은 내가 해야 했는데 아이 둘을 태우고 가려니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그래도 한번 다녀오니 두 번 세 번은 더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엔 해외를 한번...? ㅋㅋㅋ
체크인 시간 3시에 맞춰 도착한 우리는 역할 분담하여 나는 아이들을 돌보고, 친구는 짐을 옮겼다. 키즈풀빌라답게 마당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깨끗하지는 않아서 쉽사리 놀게 하고 싶은 마음은 안 생겼다. 그래도 하나 마음엔 들었던 건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요즘, 진짜 모래를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는 아이들에겐 최고의 공간이었다. 이곳을 예약한 이유엔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온수풀장,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모래놀이 공간 때문이었다. 물론 비중은 온수풀장이 훨씬 크지만 물놀이는 망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이끌리듯 모래놀이공간에 가서 놀기 시작했고, 한참을 놀고나서야 우리는 숙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숙소 안에도 아이들 장난감이 비치되어있는데 덕분에 수월하게 아이들과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 뺏고 뺏기며 따로 놀기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하고, 꼬맹이 둘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 그게 또 그렇게 예뻤다. 소음 걱정 할 필요없어 한참을 마음껏 뛰어다닌 아이들 머리는 땀으로 흠뻑 젖기도 했다.
즐거운 물놀이를 위해 얼마나 기대를 했던가. 래쉬가드와 새로 산 구명조끼를 입혀 아래층 수영장으로 갔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이것밖에 없는 이유는 물에 들어가자마자 나간다고 울어재끼는 아들 덕분에ㅠ, 워낙 겁이 많기도 하고, 자주 접하지 못한 수영장에 놀라서였을까... 우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바로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친구네도 혼자 놀려니 재미가 없었는지 금방 나왔다. 이렇게 우리의 기대 가득했던 물놀이는 5분 만에 끝이 났다.
아이들을 씻기고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주변은 온통 키즈 펜션이었는데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았고, 아이들 취침시간이 되니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용해졌다. 이곳에 도착하고 가장 마음에 들던 순간이었다.
엄마 둘이서 고기 굽고 아이들 밥 먹일려니 이때만큼은 아빠들이 생각이 났다. 친구는 남편 불러서 고기만 구워주고 가뿌라 하까, 막 이러고 ㅋㅋㅋ 그래도 적당히 장 봐온 소고기, 돼지고기 모두 구워 친구 어머니표 장에 찍어 맛나게도 쌈 싸 먹었다. 푸짐한 상차림은 아니었지만 남기는 거 없이 배불리 먹었다.
낮잠을 자지 않은 아들이 밥을 먹다 잠이 드는 바람에 아이는 침대에 눕히고, 우리는 남은 돼지고기와 음식들을 싸들고 방에서 2차를 즐겼다. 아이 하나 잠들었다고 세상 조용하다. 그제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눴던 우리.
두 아이의 평소 취침시간도, 기상시간도 다르지만 중간에 깨거나 보채는 일 없이 잠도 푹 잘 잤다. 아이들의 아침은 친구가 정성껏 양껏 만든 리조또로, 우리의 아침은 조식 서비스로 배불리 해결했다. 조식이 담겨있던 바구니는 아이들의 새로운 장난감이 되어 또 한참을 놀았다. 이날 날이 좋았다면 보문단지에도 가봤을 텐데... 날은 흐렸고, 바람도 제법 불어 아이들과 산책을 했다가는 감기를 얻어올 것만 같았던 엄마의 직감으로 산책은 패스하고 스타벅스 드라이브 트루에서 커피 한잔씩 주문하고는 잠시 차를 세워 홀짝홀짝 커피를 마셨다. 뒤를 돌아보니 두 아이 모두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뭔가 참 힘들고, 정신도 없었지만 퍽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또 여행 계획을 잡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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