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이름은 뽁
2019.04.08.MON
4월 5일은 식목일, 그날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오면서 강낭콩을 심은 화분 하나를 가지고 왔다. 겉 화분은 투명한 테이크아웃 컵으로 아이가 열심히 끼적이고 리본 스티커를 붙여 꾸며왔는데, 아무래도 손으로 잡을 때 리본이 걸리적거렸는지 집에 와서는 모조리 때 버렸다. 화분이 좀 심심해진 것 같아 아이에게 좀 더 꾸며볼래? 하고 스티커와 매직을 갖다 주었다. 아이는 안에 있는 화분을 빼 달라 하더니 거기에 도트 스티커를 붙였다. 더 많이도 안 붙이고 딱 이만큼. 안쪽 화분을 꾸밀 줄은 몰랐던... 심지어 투명 컵을 겹쳐놓으니 더 예쁘기까지 하다. 아이는 내 예상과는 다른 행동으로 매번 기분좋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나는 화분을 다 꾸민 아이에게 말했다.
“물도 주고, 햇살도 받고, 원이가 사랑 많이 주면 강낭콩에서 새싹이 뽁! 하고 나올 거야”
“뽁?!”
“응~ 뽁!하고 나올 거야~”
“아~뽁~!”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이 반짝 반짝이는데, 정말 새싹이 나와서 아이가 더 행복해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이에게 강낭콩이 이름 지어줄까 했더니 아이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뽁! 하는 거다. 하하하하! 아 정말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어쩌면 좋지?
“그래! 우리 이제 뽁이라 부르자~”
아이는 뽁이를 정말 소중히 생각했다. 뽀뽀도 해주고, 외출할 때도 지퍼백에 넣어 함께하였고(레옹인 줄ㅠ), 목욕할 때는 화장실 문 앞에, 밥 먹을 때는 식탁 위에 올려두고 밥을 먹었다. 주말이 지나 월요일, 어린이집 갈 때도 들고 가겠다는 걸 겨우 말려 보내 놓고 저녁에 함께 집에 들어왔는데 휘어진 하얀 줄기가 흙더미 위로 올라와있었다. 세상에 이렇게나 빨리?!
아이는 너무 좋아 이젠 품에 안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하도 들고 다녀 몸살 나서 싹이나 피우겠나 했는데... 이것 또한 사랑의 힘인가? 나 또한 어릴 적 관찰일기 적던 시절이 생각나면서 동심으로 돌아간 듯 너무 기쁜걸 보니 아이 덕분에 다시 아이가 된 듯 행복하다.
싹을 틔었으니 잘 자라주렴 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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