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노꼬담꼬 가을 글램핑
2020,10,31,SAT
10월 초 예약해뒀던 노꼬담꼬. 너무 추우면 어쩌지? 걱정 아닌 걱정을 하는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났고 여행 당일이 되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추웠던 날은 마법처럼 따뜻해져 있었고 높고 푸른 하늘에 기분 좋게 머리칼을 흐트리는 바람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날씨였다. 이날은 우리 세 식구에 아주버님까지 네 명이서 함께하는 두 번째 글램핑이었다. 우리 집에 모여 함께 출발하기로 했던지라 날씨가 너무 좋은 탓에 차가 막혀 늦어지시는 아주버님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해가 짧아진 요즘 이른 시간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더 기다려졌다. 다행히 장을 보고도 체크인 시간에 맞춰 도착한 노꼬담꼬. 아랫마을을 통과해 산길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달려 도착. 공기 하나는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부터 시작했다.
텐트 쳐진 곳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는 도착하자마자 신이나 엄마 여기 너무 좋아! 를 외쳐댔다. 우리는 대충 짐을 풀어놓고 주인장이 잘 가꿔놓은 산책길을 걸을 겸 아이와 함께할 놀이를 챙겨 다 함께 걸었다.
식재료 대부분을 아주버님께서 챙겨 오셨기에 너무 편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일찌감치 시작한 식사는 밤늦게까지 쭈욱 이어졌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숯불 고등어구이도 있었는데 쌔지 않은 숯불에 은은하게 구워내어 상추쌈으로 먹으니 이 또한 별미 중 별미였다. 숯불 아래 넣어두었던 감자와 고구마도 아이와 함께 간식으로 냠냠.
소세지도 직화로 구워 먹는 게 더 맛있다는 거! 쉴 새 없이 먹느라 너~무 배가 불렀다. 밤이 되니 으슬으슬 오한이 느껴질 정도로 많이 추워졌다. 남편과 아주버님은 열이 많은 채질이라 패딩 없이도 잘 계시던데 나랑 아이는 두꺼운 옷에 패딩에 챙겨 온 겨울 외투를 모두 껴입었다. 이런 나를 위해 깜깜한 산책로에 쌓여있던 나뭇가지들을 주워와 불멍을 마련해준 남편과 아주버님. 정말이지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짧게 끝내려 했던 불멍은 화로에 나뭇가지들을 넣는 재미에 빠진 아이로 인해 좀 더 길게 할 수 있었다.
멍~~~
우리 함께 불멍 해요.
글램핑에 난로가 있다는 포스팅을 보고 갔었는데 난로는 사라지고 온풍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난로였으면 좀 더 꿀잠을 잤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온풍기가 너무 시끄러워 끄고 싶었지만 남편과 아주버님이 바닥에서 잠을 자야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닥에 깔 전기장판을 하나 챙겨 올걸 그랬다. 침대에 하나있던 전기장판으로 아이와 나는 따뜻하게는 잠을 청할 수 있었지만 온풍기 탓인지 평소보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떴고 들려오는 반가운 빗소리에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앞 테이블 벤치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툭툭 떨어지는 비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내가 옆에 없어서인지 어느새 아이도 잠에서 깨 내 옆에 나란히 앉아 함께 비를 바라보았다. 응? 엄마가 비 온다는 얘기 안해썼는데 비가 오네? 다섯 살의 혀 짧은 소리로 뱉어내는 말들은 나를 항상 웃게 한다. 촉촉이 젖은 풀냄새 가득한 맑은 공기를 잔뜩 들이마시며 생각해본다. 온풍기가 좀 시끄러우면 어때, 공기가 이렇게나 좋고 함께하는 이들이 너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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