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사고,아이가 찍은 사진
2019.03.12.TUE
겉보기엔 작은 사고였던, 하지만 나에겐 큰 사건이었던 아이의 사고.
설거지를 하고있는데 갑자기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목소리에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는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의 검지 손가락 끝에선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고 자세히 보니 U자 형태로 제법 베인 것처럼 보였다. 요즘 팬트리 안에 들어가 숨는 걸 즐겨하는 아이가 문 경첩에 어쩌다 베인 모양이었다. 최대한 침착하게 지혈을 하고 있는데 아이 입에선 연신 아빠와 삐요 삐요를 외치고 있었다(이 와중에 귀엽ㅠ). 아이 아빠와 영상 통화도 하고 지혈도 되고 나니 마음의 안정도 찾아왔다. 다음날 아침, 소독이나 하러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는데 꿰매야 할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또 가슴이 철렁- 정말 꿰매야 되나요? 이 정도에도 꿰매나요? 아프진 않나요? 마취는 하나요? 등의 질문들을 토해냈다. 괜찮아요 금방 끝나요 꿰매야 더 금방 나아요.라는 대답에도 걱정은 가시질 않았고 팬트리 안에 들어갈 때 말릴 걸, 같이 따라가 볼 걸 하고 후회만이 밀려왔다. 다섯 바늘 정도의 짧은 시술이었지만 작디작은 손가락에 마취주사를 쿡쿡 찔러 넣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덜 울어준, 씩씩하게 견뎌준 아이가 너무나 고마웠고 사랑스러웠다. 마음으로는 울었지만 아이에겐 연신 괜찮다, 이래야 금방나아, 씩씩하게 잘할 수 있어라고 웃어 보였다. 그런 나를 보고 아이도 조금은 안정이 되었기를 바라보며, 작은 사고였지만 엄마로서 좀 더 단단해진 작지만 큰 사고.
아이도 손가락 꿰맨 스트레스가 심했을거다. 어린이집 앞까지 갔지만 안 가겠다고 우는 아이를 도저히 보낼 수가 없어 함께 출근을 했다가 이른 퇴근을 하고 아이와 함께 집에 왔다. 부실하게 먹었던 점심이 생각나 고구마를 오븐에 굽고 아이가 챙긴 귤도 함께 간식시간을 가졌다. 예쁘게 먹는 모습을 찍고 있으니 카메라를 달라 신다. 그래서 남긴 아이의 주옥같은 사진들.
우리의 간식. 고구마와 귤
내 손에 우유를 쥐여주더니 이래 찍어줬네? ㅋㅋㅋㅋ
이건 언제 찍었는지ㅋㅋㅋㅋ, 예상치 못한 사진이 보이면 그게 또 그렇게 너무 웃기고 사랑스러워서 행복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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