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쌈지길<폰케이스 만들기 체험 @뿌뽀>

📷 리코(Ricoh) GR3

2023.05.19.FRI

첫째 날 숙소는 안녕인사동 건물에 있는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에서 하루를 보냈다. 인사동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해진 저녁까지 아이와 인사동을 즐길 수 있었다. 호텔이야기는 추 후 하기로 하고. 지금은 쌈지길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봐야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롯데월드타워와 아쿠아리움을 정신없이 보고는 남편은 인천으로, 나는 아이와 택시를 타고 인사동으로 넘어왔다. 호텔에 가려면 모든 짐을 내가 챙겨야 했기에 비싸더라도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잠실에서 인사동까지 약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둘 다 정신없이 졸다 보니 어느새 도착을 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20대에 종종 오던 인사동을 아이와 함께 다시오니 새삼 기분이 묘했다.

오랜만에 온 쌈지길은 여전히 아기자기하고 눈이 즐거웠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고 있어 연등이 쪼로록 달려있었는데, 태슬 같은 액세서리를 달아놓은 듯 한껏 꾸민듯한 모습의 쌈지길이었다. 디자인제품 판매부터 체험형의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 어릴 적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지금은 그때와 같은 감동이라는 것이 잘 오진 않지만, 아이와 함께하니 또 다른 느낌의 즐거움으로 추억을 남겨본다.

네모로 각진 경사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높은 층까지 올라갈 수 있다. 경사로를 따라 늘어선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기에 지루할 틈도 없다. 바닥에 그려진 땅따먹기에서 한바탕 뜀뛰기도 해보고, 운세도 뽑아볼 수 있는데 현금을 들고 오지 않은 관계로 패스.

쌈지길에 오면 똥빵을 꼭 먹어봐야 한다했던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아 두 개를 주문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구워내 담백하다고 소개하고 있는 똥빵은 한입 베어무는 순간 빠삭- 한 식감에 놀라게 된다.

어느새 제일 위층 끝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는 계단으로 내려가볼 차례. 여기저기 벤치가 비치되어 있어 충분히 쉬워가며 쌈지길을 즐길 수 있다. 쌈지길 곳곳이 눈을 뗄 수 없는 공간들로 가득가득 차있기 때문에 데이트하기에도 좋은 장소임에 분명하다. 풋풋한 커플 한쌍이 우리와 보폭이 맞는 바람에, 공교롭게도 데이트 장면을 보게 되는 일이 잦았다. 엄마! 저 누나, 형 드라마에서처럼 뽀뽀해! 하는 아이의 말에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려 하는데 아이가 자꾸 물어본다. 엄마 왜 여기서 뽀뽀해? ㅋㅋㅋ 그야 지금은 서로 너무 좋아서 둘 밖에 안보이거든~

쌈지길을 한번 쭉 둘러보았으니 이젠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자개아트, 테라리움, 팔찌, 키링, 미니어처, 캔들 만들기 등 여러 체험형 공방들이 있는데 아이가 고른 건 폰케이스 꾸미기. 쌈지길 1층 안으로 쭉 걸어가면 구석진 곳에 뿌뽀가 있다. 메인 파츠 10개(기본 8개에 2개 추가)를 먼저 골랐다. 새우깡, 감자깡, 신라면, 하리보, 곰돌이, 햄버거, 감자튀김, 츄파춥스, 코카콜라 병뚜껑 그리고 병을 하고 싶은데 맥주라서 고민하던 아이에게 해도 좋다고 하니 씩- 웃고는 파츠들을 챙겨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생크림 본드를 골고루 바르고 작은 파츠들을 골랐다. 고르는 동안 마무리가 엉성한 본드를 예쁘게 마무리도 해주신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도 찾아낸 과일모양 미니파츠들.

큰 파츠들을 먼저 배치해 주고 미니 파츠들을 핀셋으로 집어 붙여주거나 뿌려주었다.

완성! 아우 귀여워!!! 만드는 내내 집중하며 꼼꼼하게 만들던 모습만 봐도 얼마나 즐거웠는지 알 수 있다.

완성한 케이스는 움직이지 않게 이렇게 박스에 고정시켜 포장해 주신다. 이틀정도 마르면 사용할 수 있다.

해가졌다. 바로 옆 안녕인사동에 숙소를 잡으니 길거리에 앉아 버스킹도 즐기고 여유로웠다. 피식-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경기도에 살 때는 서울에 한번 놀러 오면 막차시간에 부랴부랴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ㅋㅋㅋ 아이와 이렇게 밤공기 맡으며 인사동 한복판에 앉아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