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시작, 김소영 에세이 '어떤 어른' 필사하리니 6기
📷 후지(fujifilm) X100VI
🎞️ 리얼라 에이스
사진 글⎜구월
@ 2025 guwol All rights reserved
2025.01.19.SUN
⎯ 김소영 에세이 '어떤 어른' 필사 시작
1월, 필사하리니 6기를 신청했다. 블라인드 북이라 받아보기까지는 어떤 책이 올지 몰라 두근거리기도 했다. 며칠 뒤 받은 책은 김소영 작가님의 에세이 '어떤 어른'이었다. 필사모임 모집글을 보고는 이 책을 떠올렸었는데 직접 받아보니 반가웠다.
마침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에 이 책이 있어 평일 업무 중에는 오디오북으로 듣고 집에 가서는 한 번 더 읽고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필사를 하기 위해 구매했던 로이텀 노트도 꺼내고 만년필과 샤프도 함께 꺼내놓았다.
리니 님이 주관하는 필사하리니는 필사를 하면서 나의 생각도 함께 적어보고 서로 공유하며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일을 하는 입장이라 매일 하기엔 부담이 되긴 하지만 최대한 진도표에 맞춰서 필사를 해보려 한다.
지금까지 필사한 부분과 적었던 생각을 간추려 옮겨 적어 보았다.
P6 내가 보기엔 다들 어린이를 간직하고 사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감정이 많은 편이기도 해도 이건 느낌 때문만이 아니었다. 나 자신의 지난날을 헤아리면서 어린이였던, 청소년이었던, 어른이었던 날들 내내 나는 나였다는 걸 알았다.
P7 나에게 없는 것을 어린이에게 줄 수 없으니,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이다. 좋은 부모,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좋은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런 나를 보고 배울 아이가 있으니 더더욱.
P10 이름 옆에 꽃이나 하트, 별 같은 걸 그려주면 또 좋아한다. 어린이는 정말 별별 작은 것을 다 좋아한다.
맞아 우리 아이도 그랬다. 나도 별별 작은 것을 다 좋아하는데. 추억소환 글귀가 웃음 짓게 한다.
P25 칠판에 날짜를 적는다. 새날이 온 것을 확인한다. 날짜 덕분에 계절을 생각한다. 어린이의 이름을 쓴다. 오늘은 무슨 일로 우리가 깔깔 웃게 될까.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의 이름을 가슴에 적고 무슨 일로 깔깔 웃게 될지 상상하며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P33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를 정리하는 스태프의 기분이 이럴까? 폭포처럼 쏟아지는 어린이들의 힘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소나기가 그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한 거리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15년 전 나이게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던 입시미술강사 시절. 아! 최근에도 참 많이 느끼고 있구나. 우리 9살 아들이 드고 난 자리는 티가 나니깐.
P41 어떤 어린이는 무언가가 표현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어린이가 잠자리에 들면서 낮에 본 책 얘기를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편으로 어떤 어린이는 말을 적게 해서 성숙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동생보다 조용하고 조심스럽다는 이유로 '어른스럽다'라고 칭찬받는 어린이들도 사실은 '어린이'다. 책을 읽어주면 좋아하고, 농담에 소리 내어 웃고, 엉뚱한 실수를 하고, 칭찬에 얼굴이 붉어진다. 어떨 때는 나도 그걸 깜빡한다.
잠자코 기다리면 느지막이 내 옆에 와서는 조잘조잘 대는 아이의 말을 경청한다. 아이가 아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많은 생각 끝에이루어 지는 일인 걸 알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 소중히 듣는다. 거기에 공감해 주고, 함께 웃고, 나는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 또래보다 성숙하단 소릴 듣는 9살도 아직 어린이다. 그러니 다 컸다 생각하지 말고 더 알려주고 더 사랑하다.
P52 만일 내가 어렸을 때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친구 때문에 애태우고 즐거워하고 실망하고 감동받고 천천히 잊어가고 추억해 본 경험이 없다면,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내가 지금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오늘의 내 친구들은 어렸을 때 친구들이 만들어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
맞아. 그렇지. 그런 시간들을 겼었기에 지금의 소중한 친구들이 곁에 있는 거지.
P60 먼저 친구는 사적인 관계다. 이웃은 사회적인 관계다. 나와 친구는 개인으로서 만나지만, 나와 이웃은 이웃사람과 이웃사람으로 만난다. 친구들은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면, 이웃은 물리적 가까움을 전제로 한다. 앗, 물리적 가까움! 그러니까 이웃은 나라는 존재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어린이에게 이웃은 이 세상에 '진짜' 사람들이 산다는 걸 알려준다.
P64 어린이 자신도 이웃으로서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상적으로. 날마다.
길에서 카페에서 식당에서 만나는 어린이 이웃을 환대하면 좋겠다. 그냥 어른끼리도 되도록 친절하게 대하면 좋겠다. 어딘가에 '세상이 이런 곳이구나' 하고 가만히 지켜보는 어린이가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린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가올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이 많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항상 인사를 한다. 내가 인사하기 전에 먼저 인사하는 친구도 있고, 내가 인사를 해야 인사해 주는 친구도 있다. 모두가 다 귀엽다. 한없이 친절한 어른이 되고 싶다.
P73 어린이의 마음이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그게 다 내 마음에 대한 공부다. 내가 나에게 말한다. 공부 열심히 해야지. 네, 네, 알았어요.
맞아 맞아. 나부터 잘 해내야지. 누구를 탓 해.
P83 어린이에게 문화예술은 세상을 배우는 길인 동시에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작품을 이해하고, 작가의 의도를 알고, 맥락을 이해하고, 다른 감상자를 만나는 것, 어린이 자신이 창작자가 될 때도 그렇게 전달되는 작품을 추구하게 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P84 비윤리적이거나 사회적 합의에 어긋나는 것을 창의성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윤리적이고 사회적 합의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거짓과 비윤리적인 표현을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답답한 요즘 시기엔 더더욱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 생각은 어린이와는 관계가 전혀 없다.)
P92 "옆에 있는 사람이 불행하면 저도 안 행복하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도 행복해지게 도와줘야죠."
P93 어린이도 어른처럼, 삶을 진지하게 여긴다.
나는 어린이를 좋아한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만나본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도, 숨김없는 말들도, 뻔히 보이는 거짓말도 전부 귀여워 보였다. '어떤 어른'은 잠시 잊고 있던 어린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 줬고, 조금 더 친절한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모두 어린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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