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립미술관 그리고 동헌
2022,01,27, THU
1월 한 달은 집에서 요양을 하던 중이었어요.(이 이야기에 관해선 추후 기록을 해보기로 하고요.) 일터로 복귀까지 얼마 안남기도 했고 빠른 회복으로 거동하기에 썩 좋은 컨디션이었죠. 그래서 아들과의 데이트를 계획해 봅니다.
1월,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을 했어요. 평일에 다녀오기 딱 좋았죠. 어린이집도 하루 쉬어봅니다.
XR랩 전시,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
미술관에 입장하자마자 들어간 곳이었어요. 입구에 쳐진 커튼을 젖히니 안은 어둡고 음산하게 들려오는 기계음향소리에 멈칫했지요. 덜컥 겁을 먹은 아이도 들어가기 싫다며 저를 잡아당겼어요. 사실 전시 공간인 줄도 몰랐어요. 인기척도, 줄도 없었기 때문이죠. 이래서 평일이 좋은 거예요.아무튼 아이를 설득해 들어가봅니다. :)
'모든 것의 시작은 블랙이다' 시작은 블랙, 에너지의 근원을 라이트로 간주한 탐벨리니의 전시는 우주의 근원 혹은 생명의 근원에 대한 통찰을 유도한다고 설명되어 있어요. 그래서인가 영상을 감상하는 10분 동안 블랙홀을 본 듯도 하고 우주에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무서운 소리가 들려올 땐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했지요.
어둠에 적응한 아이는 제법 미디어 아트를 즐겼어요. 제 곁을 떠나진 않았지만 블랙과 라이트가 주는 변화에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워했죠. 엄마 눈이 내리는 것 같애!, 진짜 블랙홀이야~!, 무서워! 등등 ㅋㅋㅋ
예전에 관람한 완벽한 세상에서도 느꼈지만 저는 미디어아트가 참 좋아요. 특히 공간 전체에 이루어지는 미디어아트는 공간에 스며드는 느낌이라 더 좋은 듯해요.
전시공간과 공간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자동차 좋아하는 아이의 발걸음을 자주 붙잡았던 전시, 대만 여성작가 슈리칭의 다음으로 가는 정원이에요.
산업도시 울산 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엔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이 있죠. 그중 수많은 자동차를 생산해내고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차들이 폐차가 된다고 해요. 그렇게 버려진 폐차들 사이에 자라난 약하고 작은 버섯은 환경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공생해가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여졌어요. 어쩌면 미래의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퍼지기까지 했지요... 아이는 그저 버섯이 자라고 있다며 신기해했어요.ㅋㅋ 이 순수함 지켜주고 싶다.
백남준작가의 작품을 보게 된 건 어릴 적에 한번, 아가씨 시절에 한번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네요. 85년생 어린이에겐 참 많이 낯설고도 뇌리에 깊게 박힌 작품들이었는데 많이 자란(늙었다고 해야 하나ㅋㅋ) 지금은 친숙하면서도 여전히 멋지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시대를 앞서가셨던 분이셨던 것 같아요. 울산에서도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니 넘 좋네요. 거북을 못 보고 온 게 아쉬워 한번 더 가봐야겠어요.
위 작품은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입니다. 백남준작가의 우상이었던 존 케이지에 대한 경외감을 담은 작품이에요. 숲 속의 TV들은 존 케이지의 공연 이미지와 시를 송출하고 있으며, 식물들은 TV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광합성을 하는 형상을 나타냈다고 해요.
슈리칭의 또 다른 비디오 작품 UKI, 바이러스 창궐 이에요. 게놈 주식회사에서 해고당한 레이코가 재부팅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 유기적 UKI바이러스가 된다는 설정인데, 성소수자인 작가의 현실과 더불어 민족의 다양성과 성별의 이동성을 보여준다고 나와있어요. 음 어려워요 어려워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나체의 여성이 컴퓨터 메인보드 같은 곳을 걸어 다니는데 이게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했나 봐요ㅋㅋㅋ 제법 오래 관람했던 작품 중 하나예요.
XR랩 전시와 소장품전시 그 외 포스트 네이쳐:친애하는 자연에게 라는 큰 틀로 2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있어요. 아이와 함께하기에 작품 설명을 자세히 보며 관람할 수는 없었지만 작품 하나하나 안 놓치고 보려 하는 아이와 즐겁게 관람을 마쳤답니다.
사실 다수의 전시 큰틀인 주제(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와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친애하는 인류에게로 가 더 와닿을지도... '관객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보단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나누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적 감수성을 다시 설정하고 함께 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다층적 계기를 제공한다'라고 되어있지만 과연 그런 계기를 제공하는 작품은 몇이나 될까요. 자연에게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이러했기에 이렇게 되어버렸어. 그러니 미안해라고 말하는 걸까요? 미디어로 구현되는 식물, 멸종위기의 동물들이 유리병과 물로 표현이 되고 흙을 빚어 만든 멸종된 식물 등은 결국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작품들이었어요. 작품들 자체만으로는 참 좋았는데 주제와 연결하기엔 제 이해력이 부족한지도 모르겠습니다.
3 전시실엔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하는 고래, 잠수하는 별 체험형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내면 소리에 따라 영상이 만들어지고 고래의 음성이 들려요. 울산을 상징하는 자동차들로는 아이들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죠. :)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어서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을까 싶었지만 아이가 즐거웠다고 얘기해주니 이렇게 나오길 잘했구나 하고 뿌듯했답니다. :)
동헌에도 다녀왔어요. 진짜 오랜만이에요:)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 와보는 듯해요. 미술관 옆으로 가기 쉽게 연결해 놓았어요. 사또 인형이 좀 무섭긴 한데...ㅋㅋㅋ 옛날 경찰서+시청+법원이라고 설명해 주었죠. 미술관에 들렸다가 함께 돌아보기에 좋으니 꼭 한번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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