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국립박물관
2022.11.12.SUN
경주 산림환경연구원 외나무다리를 보고 박물관으로 왔다. 유독 가을이 길다고 생각했었는데 유독 추운 겨울이 찾아온 지금, 까마득히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글 하나 쓰는 게 더디어 계절 하나를 지나쳐 와버렸다. 기억을 더듬어 선선했던 가을날 다녀온 박물관이야기를 적어본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20분마다 들을 수 있는 종소리는 박물관을 둘러본 후 듣기로 하고, 아쉬워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신라역사관 제1전시실로 구석기시대부터 초기 신라가 고대국가 체제를 완성하기까지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 7살 아들은 눈을 반짝이며 돌과 청동, 철로 만든 무기에 관심을 보였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빗살무늬토기도 직접 보니 학생시절도 떠오르고, 새삼 신기했다.
황금의 나라 신라지만 금보다 옥이 귀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다양한 빛깔의 굽은옥 장신구를 볼 수 있다. 귀한 것에 금이야~ 옥이야~ 하는데는 삶의 역사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제 2전시실은 황금의 나라 신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관총과 천마총,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국보와 보물들을 볼 수 있는데 황금이 곧 권력의 상징이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6월에 천마총에 다녀온 후 이곳 박물관에서 실제로 출토된 국보 188호 금관을 보니 그 화려함과 위엄에 감탄을 그치지 못했다.
제 3전시실은 강화된 왕권과 지증왕에서 진흥왕대의 영토확장 및 중앙집권화 과정, 삼국통일의 과정을 중심으로, 삼국통일 이후 본격적으로 꽃 피우기 시작하는 통일신라의 문화도 함께 다루고 있다. 법흥왕대 불교 공인 관련 기록인 이차돈 순교비는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읽은 신라역사책에서도 본 내용이라 더욱 반가웠다. 하얀 피와 꽃 비가 매우 인상적인 이차돈의 이야기. 연꽃을 꺾으면 하얀 수액이 나온다. 불교에서는 이차돈의 성스러운 죽음을 연꽃에 비유해 아름답게 채색을 해놓았다.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듯이 참으로 반가웠던 얼굴무늬 수막새. 수막새란 목조건물의 처마 끝에 있는 무늬 기와 유물이다. 신라의 미소라고도 불리는 푸근한 미소가 인상적인 이것은 오랫동안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건 아니었는데 천년의 미소로 신라 또는 경주시를 상징하는 유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 2018년 보물 2010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신라 역사관 외에도 미술관(불교조각전시), 월지관(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전시), 특별전시관 등이 있는데, 이날은 역사관만 둘러보고 나왔다. 아이가 취학을 하고 신라에 대해 배울 때쯤 또 와봐야겠다. 이럴 땐 경주와 가까운 곳에 사는 것도 퍽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역시 가을엔 경주지- 란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단풍 또한 매년 보러 오고 싶어 진다.
종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단풍구경도 하며 잠시 쉬었다. 에밀레종 하면 듣기 거북할 정도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실제로 종의 성분을 검사해봤지만 사람을 넣어서 만든 건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백성들의 고달픈 삶이 반영되어 생겨난 이야기가 아닐까.
종이 울렸다. 녹음된 종소리를 들려주는 거지만 마음이 편안해졌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종소리를 다운받을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을 차분이 가다듬고 싶어질 때 들어야겠다.
경주 국립박물관
관람시간
오전 10:00 ~ 오후 6:00 (입장마감 종료 30분 전)
토요일 및 공휴일 1시간 연장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3월~12월 매주 토요일 야간연장개관
오후 9:00까지
정기휴관일
매년 1월 1일, 설날, 추석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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