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XT4] 서울, 창덕궁 달빛기행

 
 
 
 
 
 
 
 

📷 후지(fujifilm) X-T4 / XF 23mm F1.4 R LM WR

 
2023.05.20.SAT
이번 서울여행의 꽃은 창덕궁 달빛기행이었다. 여행날짜가 잡히고 여행지를 찾는 과정 중에 달빛기행 티켓팅시기와 맞물려 운 좋게 2장의 티켓을 구매했다. 한 아이디당 2매로 제한되어있고, 직계가족과 형제자매 외에는 양도가 불가해 남편아이디로 매일 틈틈히 티켓링크에 들어가 새로고침을 눌렀지만, 여행하기 3일 전까지만 해도 나머지 표 1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아들만 데리고 둘이 다녀올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다음 날, 그러니깐 여행 가기 이틀 전 새벽에 기적적으로 표 1매를 구매했다. 나와 아들을 보내놓고 호텔에서 편히 쉬려 했던 단꿈이 날아갔다며 좌절하던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ㅋㅋ 조금 얄미웠지만 1시간가량 걸어야 하는 프로그램에 8살 아이를 데리고 갈 생각을 하니 남편의 부재는 상상할 수 없었다. 
 
 

 

 
 
 
오후 7시 반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8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기에(아들이 8세이므로)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을 제시해 예매확인을 하고 가이드음성을 들을 수 있는 수신기를 받았다. 예매확인이 끝나면 대기 후 25명씩 5분 간격으로 입장을 한다. 우리는 두 번째 조로 합류했다. 
 
 
 
 

동선경로

돈화문

 
 
우리나라 현존하는 궁궐의 정문으로는 가장 오래된(태종 12) 돈화문에 들어섰다. 나눠주신 청사초롱을 들고 부드럽고 신뢰감 높은 목소리의 해설사님을 따라 이동했다. 입장이 제한된 시간, 고요한 창덕궁은 푸르스름한 저녁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금천교

금천교와 진선문

 
 
 
우리는 서쪽에서 남으로 흘러내리는 명당수를 건너는 금천교를 지났다. 곧 인정전이 나온다.
 
 
 
 

 

인정문(왼)과 숙정문(오)

 
 
이곳이 정전인 인정전으로 드나드는 문인 인정문이다. 해설사님은 사진이 잘 나오는 각 포인트를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모두가 잠시 걸음을 멈추어 사진을 남겼다. 
 
 
 
 

 

 
 
 
이제 인정문에 들어선다.
 
 
 
 

 

 

인정전

 
 
밤에 보는 창덕궁은 낮에 보았던 경복궁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검푸른 하늘과 노란 조명의 대비로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인정전 앞엔 앞서 입장한 첫번째 조 사람들이 보였다. 인정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썩 나쁘지 않았다. 
 
 
 
 

 

 
 
 
인정전은 태종 5년에 지어져 임진왜란 당시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즉위년에 복구되었다. 이후 순조 3년 화재로 다시 소실되고, 이듬해 중건된 후 현재까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인정전 앞 품계석은 정조 때 세워졌다.
저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와 인정문을 한 프레임안에 넣고 보니 조선에서 코리아까지 500년 이상의 히스토리를 담아낸 것 만 같아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인정전은 1908년 무렵 내부에 서양식 가구와 실내장식이 도입되었다. 전돌 바닥대신 서양식 마루를 깔았고, 전등이 설치되었다. 각 창 마다 커튼이 달려있는 모습은 낯설기까지 했다. 이런 모습이 결코 반갑지는 않았다. 고종이 폐위되고 순종이 즉위하면서 일본의 만행에 의해 바뀐 모습이니 말이다.
 
 
 
 

 

 
 
 
인정문 너머로 세번째로 입장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인정전을 벗어날 시간이 되었다. 정면, 좌측, 우측 골고루 인정전의 멋진 모습을 남겨본다.
 
 
 
 

희정당

 

 
 
 
희정당은 왕과 왕비가 머물던 곳으로, 1917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920년에 재건되면서 근대문물의 양식이 추가되었다. 희정당은 본관과 신관으로 나누어지는데 지금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신관이다. 전통건물에선 볼 수 없는 포치(Porch:지붕이 돌출되어 지어진 건물의 출입구나 현관)식 현관과 앞에는 차가 왔다 갔다 하기 편하도록 회전 경계석을 설치하여 순종의 자동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이곳까지 자동차가 들어왔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오얏꽃등

중앙에 오얏꽃

 
 
희정당엔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오얏꽃무늬가 곳곳에 새겨져 있고 오얏꽃등이 달려있었다. 오얏꽃등이 잘 나온 게 없어 아쉽다. 
 
 
 
 

 

희정당 편액

 
 
지금은 많이 낡아보이지만 서양식의 가구들과 유리창문 그리고 라디에이터까지 설치되어 있었던 희정당. 방마다 로코코풍의 벽지가 발라져 있고, 서양식 화장실과 세면대 등 동서양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있는 희정당 관람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다. 
 
 
 
 

 

 

 
 
 
포치식 현관이 있어서인지 짧고 긴 기와의 곡선들이 조화로워 외관이 참으로 멋졌다.
 
 
 
 

낙선재

 
 
 
낙선재는 헌종 13년 서재 겸 사랑채로 조성된 곳이다. 헌종과 경빈박씨의 사랑이 깃든 곳으로도 유명하다. 낙선재는 특이하게도 단청을 하지 않고 사대부 양식으로 지어 겉보기엔 수수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흥선대원군의 필체

 
 
낙선재 후원 위로 올라가면 육각형 모양의 누각인 상량정은 장락문 앞에서도 볼 수 있다. 장낙문의 뜻은 길이 즐거움을 누린다 라는 뜻이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야했던 시대에 평범한 일상을 원했던 건 아닐까, 소박한 바람으로 보이지만 그래서인지 아무 걱정과 근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보이는 장락이다.
조선의 마지막 여인들이 생활하다 떠나신 곳으로도 유명한, 조선의 마침표인 낙선재. 장락문을 통과하셨으니 이곳에서의 마지막은 적어도 즐거우셨으리라 감히 헤아려본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낙선재의 겉모습은 소박하고 수수하지만 창살의 문양이 각기 달라 결코 그렇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저 고급지다- 란 말이 절로 나왔다. 단아함 속에 화려한 아름다움이 스며들어있는, 그런 기품이 느껴지는 낙선재를 보고 어느 누가 반하지 않을까.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는'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궁궐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긴곳은 낙선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나라 풍의 만월문도 낙선재의 특징이다. 계단식 화단 위에도 만월문이 또 하나 있다.
 
 
 
 

 

 
 
 
창덕궁 달빛기행에선 평소 가볼 수 없는 기암과 꽃으로 장식된 꽃계단 화계를 올라갈 수 있었다. 후원에 올라서면 창덕궁을 내려다볼 수 있고 매화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봄날이면 꽃 향기가 가득하다고 한다.
 
 
 
 

상량정

 
 
작게만 들리던 대금소리가 점차 커졌다. 장낙문에서 멀리 보이던 상량정이다. 전통적인 소리엔 아련한 울림이 있어 언제나 홀린듯 취해버린다. 아마도 수많은 스토리텔링이 겹겹이 쌓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월문

 
 
낙선재에는 장수, 다산, 복 등 행운의 의미를 갖는 상징들이 많이 새겨져있다. 만월문에 보이는 포도는 다산을 상징하는데 안타깝게도 헌종과 경빈 박씨 사이에선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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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와와 승화루

 
 
이곳은 삼삼와와 승화루인데 동궁의 정당인 중희당과 연결되어 있던 건물이다. 정조가 첫 아들을 위해 지은 중희당은 현재 화재로 소실되어 터만 남아있다. 
최근 드라마로만 봤던 '옷소매 붉은 끝동'을 오디오북으로 다시 접했는데 보다 더 긴 여운이 남아있어서인지 정조와 덕임의 흔적을 발견하면 설레기도 하고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만약, 문효세자가 단명하지 않았더라면, 의빈 성씨가 오래오래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이미 일어난 일에대한 '만약'이라는 가정은 어두운 감정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둘의 로맨스가 안타까웠고, 후일의 역사를 알고 있기에 좀 더 나았을 미래를 그저 머릿속으로만 상상해 본다.
 
 
 
 
 

 

 

 

 
 
 
정조가 가장 사랑했던 공간 부용지와 주합루이다. 네모난 연못 가운데 동그란 작은 섬을 만들었다. 알아주는 애호가인 정조는 이곳에서 신하들과 낚시와 뱃놀이를 즐기면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또한 관료들에게 시 짓기 시험을 주관하고 제시간에 시를 못 지은 관료는 부용지 가운데 섬으로 귀양 보내고 부용정 앞에서 껄껄대며 폭소를 하셨다 하니 그의 호방함과 유머를 알 수 있다.
부용지에선 '왕가의 산책' 이벤트가 있다. 부용정 앞에서 두 분과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고, 10분 정도 휴식을 갖기 때문에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좋았다. 
 
 
 
 

 

 

 
 
 
영조 필체의 현판이 달려있는 영화당이다. 옛 과거 시험장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이곳에선 아쟁 연주소리가 들려온다.
 
 
 
 

 
 
 
하나의 판석을 깎고 다듬어 만든 불로문이다. 왕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내게도 그 기운이 스며들기를 바라며 경건한 마음으로 문을 통과했다.
 
 
 
 

 
 
 
불로문을 지나 효명세자의 그림자가 보이는 의두합을 지났다. 열아홉의 세자는 대리청정을 시작하면서 이 곳에 작은 집을 개축했다. 군주의 지혜를 익히기 위한 독서당이다. 효명세자도 헌종도, 정조를 의지하고 본받아 성군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실행했지만 워커홀릭마저 닮아버렸는지 안타깝게도 단명했다.
 
 
 
 

 
 
 
연꽃을 사랑한다는 뜻의 애련지와 애련정이다. 
 
 
 
 

연경당 장락문

 
 
달빛기행의 마지막 코스인 연경당이다. 이곳에서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 창덕궁에는 두 개의 장락문이 있는데 하나는 낙선재에 그리고 또 하나는 이곳 연경당에 있다.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부친인 순조를 위해 지은 건물이다. 
 
 
 
 

 

 
 
 
청사초롱을 잠시 맡긴 뒤 따뜻한 대추차와 시원한 곡차 중 하나를 고르고 예쁜 약과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뒤늦게 도착해 끝자리에 앉으니 아이에겐 무대가 보이지 않았는데 안내해 주시는 분께서 마루 위에 앉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전통 악기연주와 판소리, 그리고 무용을 선보였는데 그중 보상무라는 작품은 효명세자가 창사해 창작된 것으로 항아리 안에 공을 던져 넣으면 꽃을 받고 넣지 못하면 얼굴에 먹그림을 그리는 재밌는 춤이었다. 먹칠을 할 때엔 아이도 옆에서 깔깔깔 거리며 즐겁게 관람을 했다.
 
 
 
 

 

창덕궁 달빛기행에서 받은 그립톡과 약과

 
 
공연을 다 본 뒤엔 높은 계단을 올라 후원숲길 옆을 걸어 돈화문으로 다시 나왔다. 나오기 전 기념품으로 그립톡을 받았다. 고이 간직해야지.
창덕궁은 경복궁 다음으로 지어진 이궁이지만 성종 때부터 많은 임금들이 이곳에서 지내면서 본궁 역할을 했다. 41동의 건물 중 6개의 건축물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고 연못과 정자, 나무, 돌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후원을 자랑한다. 특히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살려 조화롭게 지어진 건물들과 후원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아름다운 궁궐로 꼽혀 세계 유네스코로 지정되었다. 
 
100분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제법 잘 따라준 아이도 기특하고, 치열하게 피켓팅한 보람을 충분히 느꼈다.
 
 
 
 
 
 
 

창덕궁 달빛기행 | 지역축제 | 대한민국 구석구석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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