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그리고 다시찾은 라르시클레리
2019.04.03.WED
이른 벚꽃구경 이후 두 번을 더 온 무거천. 두 번째엔 남편과 함께 왔는데, 너무 들뜬나머지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놓고는 카메라만 달랑 들고 오는 바람에 눈에만 담아뒀던 벚꽃길을 그다음 날 아이와 동생과 함께 다시 찾았다. 아무래도 주말이 오기 전엔 다 져버릴 것만 같아서... 전날 남편과 함께 걸었던 이 길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아이와 함께 꼭 다시 오고 싶었다.
우리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하자마자 무거천으로 향했다. 해 질 무렵이라 낮게 깔린 햇살이 벚꽃을 더욱더 달콤한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벚꽃을 보며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왔건만 아이는 벚꽃에는 일도 관심이 없고... 돌을 주어 물가에 던지기 바빴다. 이모만 아이에게 잡혀 30분은 넘게 돌을 주워주었다.
아이와 동생이 퐁당퐁당 돌던지며 노는 사이 벚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벚꽃이 이리 청순하다니'
인스타에 먼저 올렸던 벚꽃사진에 친한 후배가 벚꽃이 이리 청순하다니 라는 댓글을 남겼고, 나는 그 말이 너무 예뻤다. 그냥 예쁘게만 보던 벚꽃이 청순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이를 겨우겨우 설득해 물가에서 벗어나 벚꽃터널을 걸었다. 햇살이 예쁘게 비춰주어 아이와의 예쁜 사진을 또 남길 수 있었다. 살짝 나간 초점이 아쉽긴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건 짜.파.게.티!
아이손에는 하원길에 버릇처럼 들리는 편의점에서 산 짜파게티가 들려있다. ㅋㅋㅋㅋㅋㅋ 웃프다. 하필 이날 사달라고 조르는 것이 컵라면이라니... 더군다나 컵라면은 처음 사줘본다.
계단이며 길가며 물 위에도 둥둥- 벚꽃이 이젠 많이도 떨어졌다. 작년엔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시기라 제대로 꽃구경 한번 못해봤는데 올해엔 원 없이 해본다.
벚꽃터널은 오래 걷지 못했다. 그곳에서 벌레를 봤던 기억이 있는 아이가 빨리 벗어나고자 했기에. 날도 아직은 쌀쌀해서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났다. 얼마 전 동생에게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었는데 예쁘다며 꼭 오고 싶어 했다. 그래서 다시 찾은 라르시클레리.
동생에게 카메라를 넘겨주고 2층과 루프탑을 구경하고 오라 했다. 그사이 우리가 주문한 커피와 밀크티, 그리고 바닐라를 뺀 바닐라라테(그냥 우유), 당근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접시 위에 시리얼과 블루베리, 딸기와 함께 너무 예쁜 모양으로 나왔다. 딸기는 아이가 보자마자 다 먹어버렸고 케이크도 반 조각은 이미 먹어버린 상태 ㅋㅋㅋ.
따뜻한 커피, 밀크티, 우유로 따뜻하게 몸도 녹이고 노을이 비치는 창밖을 보고 있으니 너무 좋았다. 이때 남편의 문자 한 통이 왔는데 길가에 핀 벚꽃사진을 찍어 보내준 것이다. 벚꽃이 너무 예쁘다며. 나도 창밖 풍경을 찍어 남편에게 보내주었다. 벚꽃 보며 내 생각 해준 남편이 이렇게 또 사랑스럽다. 이것이 벚꽃 효과인가 ㅋㅋㅋ.
케이크로 살짝 배도 채워주었고, 아이와 남편의 저녁식사를 챙기러 슬슬 일어났다. 편의점만 보면 들어가자고 조르는 아이에게 가방에 숨겨뒀던 애증의 짜파게티를 다시 꺼내 손에 쥐어주었는데, 덕분에 집에 편하게 온듯하기도 하고? ㅋㅋㅋ
아무튼 벚꽃들아 안녕, 내년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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