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오빠의 결혼식이 있어 부산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먼길 다녀오면 피곤하기에 바로 집에 갈 줄 알았던 남편이 무거천이라도 가볼래? 하고 물어왔다. 긍정 백 프로의 마음으로 안 피곤 하겠어? 나야 좋지- 했다. 부산에서 울산까지 오는 동안 차에서 잠이든 아이를 조심스레 안고 내렸지만 금방 눈을 비비며 깼다. 자다 깨서 징징거릴 줄 알았는데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선 꽃과 하천을 보고는 너무 좋아했다. 아 오길 잘했다!
사진 끝자락에 걸린 아이의 손과 다정스런 두 부자의 모습에 더 눈이 간다. 유독 아빠와 함께일 땐 더 안기려고 하는 아이는 이날도 어김없이 참 많이도 안겨있었다. 아빠가 그렇게 길들인 것이 문제긴 하지만. 으쓱
다음 주나 되어야 팝콘이 팡팡 터질 것 같다며 아쉬운 발걸음으로 벚꽃길을 걸었다. 이따금 만개한 나무도 보이긴 했는데 그런 나무들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한 그루를 발견했다.
하천 옆 주택가에서 유독 하얗게 자태를 뽐내고 있던 한 그루. 비록 전선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하얗고 파랗고 초록 초록한 그야말로 이제 정말 봄이 오나 봄.
카페에 들어가기 전, 만개하면 정말 멋진 벚꽃터널이 만들어지는 길목에서 아빠가 팔을 벌리자 총총총 뛰어가 안겨 뽀뽀까지 쪽! 해주었던 아들. 내 삶의 전부인 두 남자.
이후로 무거천에 두 번을 더왔다. 한 번은 만개한 벚꽃을 보고싶어하는 나를 위해 기꺼이 점심시간을 내어준 남편과 함께. 또 한번은 흩날리는 벚꽃엔딩을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